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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에 대하여]
1. 월남전의 전개 과정
1945-1975년간 월남 전쟁은 3기로 나눌 수 있는데, 제1기1945-1954년의 기간은 프랑스군과 월맹군간의 전쟁이었으며, 제2기1954-1973년의 기간은 미국이 자유월남을 지원해 월맹군과 싸웠으며, 제3기1973-1975년 중에는 미군철수 이후 자유월남이 패망하고 월맹에 의한 통일이 이루어졌다. 디엔비엔푸 전투는 제1기를 일단락지은 전투로서, 이 전투에서 패배한 여파로 프랑스는 월남에 대한 식민통치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태평양전쟁이 일본의 항복으로 막을 내리자, 월남지역에서 연합군은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인위적으로 16도선을 긋고, 이북은 중국군이, 이남은 영국군이 분할 점령했다. 이때부터 월남은 분단국가로서 비극적인 운명이 시작되었고, 외세와 민족세력간 그리고 동*서 양진영간에 서로 싸우는 30년 전쟁의 막을 올리게 되었다. 16도선 이남과 이북에 진주한 영국군과 중국군은 1946년 초 철수하고 그 대신 프랑스 군이 다시 월남에 들어와 식민지 통치를 부활시켰다. 한편 월남을 외세로부터 독립시키고자 1941년에 공산주의자 호지명이 결성한 정치*군사조직체 월맹(월남독립연맹, 베트민)은 일본이 항복했을 때를 이용해 1945년 9월 "월남민주주의공화국"을 선포하고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스스로 공언하고 나섰다. 호지명은 대통령으로 추대되자 프랑스에 대해 인도지나로부터의 완전철수와 남북월남의 완전독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후 월맹과 프랑스간에는 하노이와 파리에서 끝없는 협상이 진행되었으나, 월남독립을 위한 문제에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프랑스와 호지명 사이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어, 1946년 12월 하노이와 하이퐁 지구에서 충돌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적인 무력충돌로 번져나가 제1차 인도지나 전쟁이라고 부르는 8년간의 본격적인 전쟁이 개시되었다. 그사이 바오다이황제와 프랑스 정부간에 협정이 체계되고, 프랑스 연합내의 월남정권이 남부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리하여 월남에는 사실상 2개의 정권이 수립되었다. 프랑스는 월맹과의 전쟁은 국제공산주의에 대한 반공전쟁이라고 선포하고 철저한 소탕전을 실시했다. 전쟁초기에 프랑스군은 병력 및 장비가 우세했으나, 인기없는 바오 다이 정권수립으로 말미암아 민심을 잃고 작전상 많은 곤란을 겪었다. 반면에 호지명은 공산주의 선전을 중지하고 민족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민심을 얻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다수의 월남인들이 호지명식 세포조직에 가담했다. 호지명의 정치색채를 잘 모르면서 특히 북부와 농촌사람들에게 호지명은 민족적 영웅으로 부상되었다. 프랑스군은 주로 도시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보했으나, 호지명은 지방을 장악해나갔다. 그리하여 낮에는 프랑스, 밤에는 월맹이라는 현상이 월남을 지배했다. 1949년 10월 중국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통일을 이루자 중공군은 월남 국경 너머까지 진출해 호지명을 군사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월맹군의 공격도 차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월남 북부 변경지대에서 북한군으로부터 훈련을 받고, 박격포, 곡사포 등 보다 많고 좋은 장비로 무장함으로써 이제 프랑스에 대해 정면대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상 쫒겨다녔던 신세에서 벗어나 그들은 공세로 전환했다. 월맹군사령관 보 구엔 지압은 1950년 10월 1일 14개 정규보병대대와 3개 포병대대를 이끌고 중국 국경지대에 있는 프랑스 군 요새를 차례차례 공략하기 시작하더니, 1951년에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송코이 강 삼각주와 하노이를 공격할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지압은 파리에 유학해 역사학 교수가 되었으나, 1930년 이래로 줄곧 공산당원으로 활동했다. 2차대전 때는 유격전술을 익히고자 중국으로 가서 호지명과 합류하고, 1941년에 본국으로 귀환해 공산유격대를 발족시켰다. 지압은 월남에서 프랑스 군을 완전히 격퇴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3단계 작전론을 폈다. 제1단계는 월맹군대가 보강될 때까지 자진 후퇴하며, 제2단계는 프랑스군이 게릴라 소탕에 여념이 없는 동안 중공군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군 진지를 서서히 공략하고,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프랑스군을 완전무결하게 소탕한다는 것이었다. 1951년초 그는 제1,2단계가 성공을 거두고 이제 제3단계를 취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여, 미국의 막대한 군사원조가 미치기 전에 하노이를 점령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프랑스군은 병력을 증강하고, 공중 및 해상화력을 강화함으로써 인해전술을 사용한 월맹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하노이를 지켰다. 이후 월맹군은 다시 힘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53년 한국전쟁 종료이후 중공군으로부터 차량, 야포, 대공포, 기관총, 소총을 포함한 최신장비를 대량 지원받았다. 프랑스 역시 전력을 대폭 증강하였으나 자신의 전력을 과신한 나머지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패배하여 사기저하와 하노이-하이퐁 회랑과 남부 월남을 제외한 전 지역을 적에게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또한 국내외로부터 철군압력을 받게 되었다. 1954년 4-7월간 제네바협상에서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독립을 보장받고, 월남은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남북분단이 이루어지고 1956년 7월까지 남북 총선거를 실시한다는 협정이 맺어졌다. 그후 프랑스는 철군을 실시함으로써 인도지나에서의 식민지 지배에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그러나 남부 월남에서는 그동안 간접지원만 하던 미국이 프랑스 대신 들어와 남부 월남을 지원하게 됨으로써 월남전쟁은 계속된다. 프랑스와 월맹간의 제1차 인도지나 전쟁의 결과 체결된 휴전협정에서는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남북 2개의 월남을 유지하다가, 1956년도에 월남 전지역에 걸쳐 단일 통일정부를 수립한다는 계획안이 결정되었다. 이때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월남 공산화를 염려하면서 도미노 이론을 주장하며 월남이 공산진영에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제네바 협정 이후 남부월남은 고 딘 디엠이 권력을 장악했다. 관리의 아들로서 반프랑스 활동을 했던 그는 1951년부터 2년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존 F. 케네디 등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들과 친교를 맺고, 민중주의자로서 장차 월남을 이끌어나갈 지도자로 평가 받았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옹립한 바오 다이 황제를 폐하고 새로운 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다음에 절대 권력을 보유한 대통령 직에 취임했다. 이러한 정권교체는 모두 선거로 이루어졌으나, 미국은 고 딘 디엠에 대한 강력한 후견인 역할을 했다. 고 딘 디엠은 대통령이 되자 제네바 협정에 의해 2년 후에 하게 되어 있는 남북총선거 실시를 거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북부의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선거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총선거는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실질적으로는 당시의 월남 분위기로 볼 때 공산주의자이면서도 민족적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던 호지명이 최고 통치자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고 딘 디엠 정부는 총선거를 거부한 것이다. 아이젠하워 행정부도 그러한 고 딘 디엠을 지지했다. 그러자 월남 공산주의자들은 민족해방전선을 결성하고 고 딘 디엠 정권타도를 목표로 하여 테러,암살, 국제적인 게릴라전 등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남쪽의 정예 공산주의자 6천여명을 기간으로 하여 북에서 남파한 자들까지 가세시켜 급속도로 조직을 확장시켰으며, 농촌지역에 작전기지를 설치했다. 미국은 고 딘 디엠의 반공정부에 대해 막대한 양의 군사물자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직업군인으로 구성된 군사지원 고문단을 파견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대에 고문관의 숫자는 8백 명을 밑돌았으나, 케네디 대통령 시대에는 거의 1만7천명에 이를 정도로 미국의 개입은 점차 확대되었다. 미국이 월남에 최초로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것은 프랑스가 월남전쟁을 수행하던 1950년으로서, 그때 25명을 보냈었다. 그러나 그후 고문단 규모는 점차 증가되어 1961년 3천 2백명, 1962년 4천명, 1963년 1만 7천명에 이르렀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자 그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한 존슨 대통령은 월남 공산화 방지가 미국의 국익에 절대적이라는 데 대해 한층 더 확신한 사람이었다. 존슨 대통령은 고딘 디 엠 정권 붕괴이후 월남정국이 극도의 혼란과 위기를 보이는데다가 1964년 8월 통킹 만에서 월맹해군이 미 구축함을 습격한 사건이 발생하자 월남을 구원하기 위해 깊이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월남은 미국의 전면지원 없이는 지탱할 수 없었다. 사실상 월맹과 베트콩의 게릴라 전쟁은 성공적이어서 이미 미국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월맹에 대한 북폭(北爆)을 실시, 통킹 만 도전을 응징한 미국은 점차 악화되는 월남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마지막 카드로서 지상군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지상군을 파견 1965년 말 월남에서 미군병력은 18만명으로, 그리고 1년 뒤인 1966년 말에는 48만 5천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승리를 거두지는 못하고 오히려 월맹의 지구전 전략에 말려들었다. 월남에서 미국은 한국전쟁처럼 군사적 목표를 제한하는 제한전쟁을 수행했다. 즉, 중공 또는 소련의 개입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17도선 이북의 월맹에 대한 지상공격을 제한하고 그 이남에서만 지상작전을 실시하며, 이북에 대해서는 해공군작전만 실시했다. 미군은 라오스*캄보디아의 국경선을 넘는 지상공격도 제한함으로써 월맹군은 그 지역을 연하여 개설된 호지명 루트를 통해 베트콩과의 연락 및 보급로를 유지했다. 월맹군과 베트콩은 주도권을 장악하고 자기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전투를 벌였다. 미군은 월남군 및 연합군(한국군 * 호주군 * 태국군 * 뉴질랜드 군 등)과 130만이 넘는 군사력을 유지했으나, 베트콩을 상대로 하는 소모전만 벌였다. 본래 비정규전에서는 일정한 전투장이나 전선이 없이 전투가 전개되기 때문에 먼저 적 후방기지를 제거해야 했다. 그런데 미국은 적 지하조직이나 후방기지를 제거하지 않고 적 주력을 소탕하려 했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진압은 도시지역에서는 반정부 반미운동 등 정치투쟁을 강화하는 한편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군사적 압력을 가했다. 한편 호지명 통로와 17도선 비무장지대의 침투를 이용해 정규군을 투입하기도 했다. 1966년도에 월맹의 대남투쟁병력은 30만명으로 증가되었고, 그 외에도 수만 명의 비무장 월맹 지지자와, 생업에 종사하다가 필요시 군사적 투쟁을 벌이는 촌락 게릴라들이 있었다. 월맹은 1967년 구정의 느슨한 분위기와 명절민족대이동의 혼란을 틈타 기습적으로 대규모 구정공세를 벌였다. 초기에는 성공하는 듯 하였으나 궁극적으로는 군사적 패배를 가져온 자살적 공세였다. 이 공세에서 베트콩은 대부분의 간부들을 상실하고 약 4만이 넘는 병력을 잃음으로써 월남전쟁 전면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전쟁은 월남 내의 집권층과 해방 전선간의 내전이 아니라 월맹과 남부월남간의 남북대결의 전쟁으로 전쟁의 성격이 보다 뚜렷해졌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또한 심리적으로 월맹은 대승리를 거뒀다. 미국 언론과 카메라맨들의 과장 보도로 미국 내의 여론은 크게 악화되어 존슨대통령은 1968년 3월31일 월맹에 대한 폭격중지를 선언하고, 196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였다. 아울러 월맹측에게 평화협정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고, 소련, 영국등에게 협상개최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월남에서 미국인의 마지막 철수가 있기까지도 5년이 더 걸려야 했으며, 디우 대통령의 월남정부 붕괴와 함께 전쟁의 완전한 종식까지는 또 다른 2년이 더 필요했다.